난 당신을 생각해요~♬
라던 노래가 있습니다.
유난히 비가 많이 오는 2009년 7월.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하늘을 흔들던 7월 2일 오후, 나는 단지 우산이 귀찮아 비가 잠시 멎은 사이를 틈타 집을 나섰습니다.
공부하고 알바하며 짬짬이 공상과 명상과 상상으로 멍때리는 단조로운 일상.
지하철역에서 지상으로 나오니 하늘에서 물을 퍼붓고 있었습니다.
비 사이로 맞은 편 건물로 냅다 뛰는데, 운 좋게도 나뒹구는 검은 우산 발견.
아싸라비야 콜롬비야 홰를 치는 기분으로 팔꿈치를 접어 파닥거렸습니다.
아아, 낡았고 작은 구멍이 두 개쯤 났으면 어떠랴, 오늘의 행운은 검은 우산!
그래, 오늘은 이대로 쭉- 운이 좋을 거야. 쭉-
썰렁한 날씨에 문득 뜨뜻한 커피국물을 생각합니다. 이왕이면 계피향 나는 것으로다가.
우산 주운 기념으로(-ㅁ-) 계피향 나는 커피를 사다 놓고 단체 문자를 보냈습니다.
「당신은 무엇이 생각나나요? 나는 계피향 솔솔 나는 따뜻한 카푸치노!」
- 따뜻한 온돌방에서 이불 덮고 창문 열고 빗소리 듣는 거요
- 이번 OO토론회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만들 것이냐...^^;;
- 이쁜 카페에서 주륵주륵 내리는 창 밖의 비를 보며 친구들과 수다수다
- 오늘 같은 비는, 첼로 연주, 창가의 빗방울, 멍한 시간, 남자친구 어깨
- 나는 마끼아또!
- 해물이 듬뿍 들어간 해물파전에 시원한 막걸리요ㅋㅋㅋㅋ
- 슬픈 발라드? 청승 떨고 싶어;
- 코코아랑 영화!
- ...우리 루냐?
- 집이라면 이불 덮고 핫초코 마시며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나, 밖이라면 막걸리나 동동주에 전을 먹는 나
- 데미안 라이스와 담배 연기, 기분이 좋을 땐 지짐이
- 누나 생각 (...?)
- 설렁탕
- 따뜻한 핫초코, 진짜 초콜릿으로 만든
- 나도 카푸치노 마셔야지
- 커피 한 잔 할까? 학교로 오쇼!!
- 달콤한 디져트를 앞에 두고 마시던 맹물
- 투명 우산과 옛날 뮤지컬 영화
- 강남으로 와. 내가 대접하리다
- 슬리퍼를 신고 걸을 때 와닿는 빗방울의 감촉
- 친구들과 지짐이 해먹으며 수다 떨기
- 다음주에 맥주나 한 잔 할까
- 느긋하게 마시는 커피
- 부추전
- 잘 사냐?
- 처마 밑 비를 피해 똑똑 떨어지는 비를 쳐다보고 있는 한 소녀
- 컵라면. 근데 날이 개어 버린;
- 비릿한 비냄새, 진한 아메리카노, 따뜻한 베이글과 크림치즈, BGM은 빗소리 :)
- 회
- 내가 있는 제주도는 비가 안 와
- 당근 저는 막걸리에 파전 -O-
- 예전에 나 좋다고 따라다니던 어떤 남자
이밖에도 사적인 이야기들, 뜬금없는 문자를 보낸 저에게 안부를 물어주시는 답장이 있었습니다. 뭐 역시 먹는 것에 대한 생각이 가장 많다느니, 남녀 및 연령대에 따른 분석이니 하는 건 그만두겠습니다. 뜬금없는 문자에 진심으로 답장해주신 분들에 감동 먹었을 뿐. 이런 답장들이 이날 저에게 진짜 단비가 되어주었답니다. 참, 주웠던 우산은 비가 개인 뒤 또 다른 사람 쓰라고 적당히 길가에 세워두었어요. 물론 잘 접어서.
이번주도 몇 번 더 비가 온다죠. 위에서 말씀하신 대로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면서, 7월의 장맛비를 만끽하시기를. 그리고 지하에 사시는 분들, 옥상에 사시는 분들, 농촌에 사시는 분들, 바닷가에 사시는 분들, 모두모두 무사히 여름 나시기를 빌어요. 아아, 저는 이만 뽀송뽀송한 날들이 그립습니다.
- 2009/07/20 17:54
- runya.egloos.com/147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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