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해변의 여인>의 연속선상에 있는 듯, 흘러간다.
<해변의 여인>, <밤과 낮> 등 최근 몇 편은 보고 나서도 덜 힘들다. 이번 영화도 그랬다. 왠지 흑백 혹은 단색의 이미지가 남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나 <오 수정>보다 많-이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냥, 영화의 줄거리보다 수많은 대사가 매력적이었다. 대사 또한 사람마다 다르게 남았을 듯하다. 유성처럼 빛나며 떨어져내렸는지, 뒤통수 맞는 듯했을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래도 공통적으로 인상에 남을 대사라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일까나. 홍상수 감독은 남의 말을 잘 훔쳐듣고 메모를 자주 할 것만 같다. 아니면 소심한 사람처럼 오늘 누군가한테서 들은 이야기가 있으면 그걸 마음속에서 곱씹다가 대사에 집어넣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이 어떠하든, 그만큼 영화 속의 말들은, 주변에서 들은 걸 따다 옮긴 듯 펄떡거린다.
배우들이 모두 출연료 없이 무료봉사했다고 해서 유명하기도 한 이번 영화는, 등장인물이 많아서 또 놀랍다. 소설가 김연수나, 다른 얼굴 나온 배우들은 물론, 목소리만 출연한 문소리까지...... 이 영화는 완전 홍상수의 힘 자랑, 인맥 자랑이다. 여튼, 등장인물이 많아서 재미있는 건, 여러 가지 인간유형의 꾸질꾸질한 모습들을 보는 것이다. 인물들은 밴댕이 소갈머리 뒤집듯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개구리 올챙이적 모르는 인간, 애벌레만도 못한 인간, 자연의 법칙보다도 서열에 따른 위계질서의 힘이 세다는 걸 보여준 팔씨름의 인간, 무책임한 인간, 간사한 인간, 나쁜 인간, 위선적인 인간...... 에라이, 썩어빠질 인간아!
그래도 욕 한 바가지 하면 다시 인간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는 건, 이 영화가 가진 부드러움일까. "괜찮아,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해"라고 노화가가 말했을 때. 나는 단순하게도 마음이 편해졌다.
별일 아닌 것에 화딱지 나서 씩씩거리는 것도, 비굴하게 구는 것도, 위선 떠는 것도,
누군가를 잃었을 때 고통스러워하는 게 사실은 상대에 대한 연민 아닌 자기 연민 때문이라는 것도,
적절히 남을 이용하려는 것도, 권력에 아양떠는 것도, 단순히 말해서 모두모두 나쁘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사람의 속성이라서 그저 덮어놓고 정죄할 수만은 없는 것 아닐까.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조차 불완전덩어리지만, 우리는 서로 잘못하고 서로 위로하고 서로 용서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쓰고 보니 사람동물은, 여름날의 생선 같은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 insomnia
<해변의 여인>, <밤과 낮> 등 최근 몇 편은 보고 나서도 덜 힘들다. 이번 영화도 그랬다. 왠지 흑백 혹은 단색의 이미지가 남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나 <오 수정>보다 많-이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냥, 영화의 줄거리보다 수많은 대사가 매력적이었다. 대사 또한 사람마다 다르게 남았을 듯하다. 유성처럼 빛나며 떨어져내렸는지, 뒤통수 맞는 듯했을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래도 공통적으로 인상에 남을 대사라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일까나. 홍상수 감독은 남의 말을 잘 훔쳐듣고 메모를 자주 할 것만 같다. 아니면 소심한 사람처럼 오늘 누군가한테서 들은 이야기가 있으면 그걸 마음속에서 곱씹다가 대사에 집어넣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이 어떠하든, 그만큼 영화 속의 말들은, 주변에서 들은 걸 따다 옮긴 듯 펄떡거린다.
배우들이 모두 출연료 없이 무료봉사했다고 해서 유명하기도 한 이번 영화는, 등장인물이 많아서 또 놀랍다. 소설가 김연수나, 다른 얼굴 나온 배우들은 물론, 목소리만 출연한 문소리까지...... 이 영화는 완전 홍상수의 힘 자랑, 인맥 자랑이다. 여튼, 등장인물이 많아서 재미있는 건, 여러 가지 인간유형의 꾸질꾸질한 모습들을 보는 것이다. 인물들은 밴댕이 소갈머리 뒤집듯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개구리 올챙이적 모르는 인간, 애벌레만도 못한 인간, 자연의 법칙보다도 서열에 따른 위계질서의 힘이 세다는 걸 보여준 팔씨름의 인간, 무책임한 인간, 간사한 인간, 나쁜 인간, 위선적인 인간...... 에라이, 썩어빠질 인간아!
그래도 욕 한 바가지 하면 다시 인간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는 건, 이 영화가 가진 부드러움일까. "괜찮아,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해"라고 노화가가 말했을 때. 나는 단순하게도 마음이 편해졌다.
별일 아닌 것에 화딱지 나서 씩씩거리는 것도, 비굴하게 구는 것도, 위선 떠는 것도,
누군가를 잃었을 때 고통스러워하는 게 사실은 상대에 대한 연민 아닌 자기 연민 때문이라는 것도,
적절히 남을 이용하려는 것도, 권력에 아양떠는 것도, 단순히 말해서 모두모두 나쁘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사람의 속성이라서 그저 덮어놓고 정죄할 수만은 없는 것 아닐까.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조차 불완전덩어리지만, 우리는 서로 잘못하고 서로 위로하고 서로 용서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쓰고 보니 사람동물은, 여름날의 생선 같은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 insomnia



